● “너희로 실족하지 않게 하려 함이니”(1절)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포도나무 비유를 통해 우리가 예수님 안에 거하고 그분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삶을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님의 말씀대로 서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증인의 삶을 살면 세상이 우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미워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심지어 오늘 본문은, 세상의 거센 핍박 때문에 우리가 주님을 따르다가 ‘실족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십니다. 왜 주님을 따르는 길에 이런 고난이 있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지 오늘 말씀을 통해 묵상해 보길 원합니다.
1절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실족하지 않게 하려 함이니”라고 하십니다. 십자가를 앞두신 주님은 제자들이 장차 겪게 될 핍박의 구체적인 실상을 숨기지 않고 알려주십니다. 사람들이 제자들을 유대교 회당에서 ‘출교’할 뿐만 아니라, 때가 이르면 제자들을 죽이는 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굳게 믿을 것이라는 무서운 예언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회당으로부터의 출교는 단순한 종교적 징계를 넘어 모든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는 사회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의 제자들을 핍박하고 죽이는 자들은 자신들의 살인 행위가 이단자를 처단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지키는 거룩한 종교적 의무라고 확신한다는 겁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잘 알고,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님은 그들이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하나님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이런 경고를 하시는 이유는, 제자들이 앞으로 닥칠 극심한 핍박 앞에서 혼란스러워하거나 믿음이 흔들려 ‘실족’하지 않게 하려는 주님의 세심한 배려입니다. 어떤 고난이나 환난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이상한 일로 여기지 않고 ‘아, 주님이 이미 말씀하신 당연한 일들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구나’라고 깨달아 그들이 꿋꿋이 주님의 십자가 길을 따라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일을 감당할 때도 그렇습니다. 이미 성경은 그 길에 고난과 갈등,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을 인내하며 십자가의 길을 걷는 삶이 제자의 길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막상 문제와 갈등을 만나면 흔들리고 분노합니다. 이때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흔들림없이 믿음의 길을 가야 합니다.
●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5-7절)
이런 무서운 핍박이 예고된 가운데, 예수님은 5절에서 “지금 내가 나를 보내신 이에게로 간다”고 거듭 말씀하십니다. 스승이 자신들을 떠나간다는 소식에 제자들의 마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근심이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7절에서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라고 선언하십니다. 보혜사 성령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십니다. 제자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성령께서 하시는 새로운 일을 소개합니다. 8절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책망하다(엘렝케이)’라는 말은 단순히 꾸짖는다는 뜻을 넘어, 죄와 잘못을 폭로하여 빛으로 드러내고 유죄를 입증한다는 강력한 법정 용어입니다. 성령님은 박해하는 세상의 거짓된 재판을 무효화하시고, 참된 하늘의 재판을 여십니다.
첫째, ‘죄에 대하여’ 책망하십니다. 세상은 도덕적인 잘못만을 죄로 여기지만, 성령님은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9절)라고 선언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유일한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배척하고 믿지 않는 불신앙이 가장 끔찍하고 근본적인 죄임을 명백히 폭로하시는 것입니다. 둘째, ‘의에 대하여’ 책망하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의롭게 하십니다. 우리가 의롭게 되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예수님이 아닌 자기 의로 하나님께 나아가려는 자들을 책망하십니다. 셋째, ‘심판에 대하여’ 책망하십니다. 십자가는 겉보기에 세상 권력의 승리 같았으나, 실상은 11절 “이 세상 임금(사탄)이 심판을 받았음이라”는 위대한 역전의 선포입니다.
예수님은 아직 제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았지만, 영적으로 어린 제자들은 그 깊은 십자가의 진리를 지금 다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님이 오시면 그들을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13절과 14절을 보면 성령님은 자의로(자기 마음대로) 말씀하지 않으시고 오직 들은 것을 말씀하시며, 장래 일을 알리시고, 무엇보다 “내(예수님) 영광을 나타내리라”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성령은 7절 하 “내가 그를 … 보내리니” 예수님께서 보내십니다. 그리고 14절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알리시겠음이라” 성령님은 오직 예수님을 증거하시고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오늘날 성령 충만을 빙자하여 말씀과 상관없는 기이한 현상에 집착하거나, 자신의 이기적인 영광을 좇는 일들이 교회 안팎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령님의 사역은 철저히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끄시고, 십자가의 은혜를 깨닫게 하시며, 주님의 영광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진리의 성령으로 충만한 성도는 세상의 고난 앞에서도 자기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영광만을 선포하는 거룩한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는 길에는 우리의 상식과 이해를 뛰어넘는 고난과 문제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할 이 모든 환난을 이미 다 아시고, 우리가 실족하지 않도록 이 말씀을 미리 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결코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보혜사 성령님’을 곁에 보내주셨습니다. 어지럽고 악한 세상 속에서 진리의 성령님만이 우리가 붙들어야 할 유일한 나침반입니다. 오늘 하루도 눈앞의 문제에 낙심하지 말고, 대신 내 안에 거하시는 보혜사 성령님께 온전히 내 삶을 의탁하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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