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 후 첫날, 주님 부활하신 새벽 막달라 마리아와 베드로, 요한은 빈 무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참된 의미를 온전히 깨닫지 못했던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모여 있던 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예수님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두려움 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절망을 평강으로 바꿔주십니다.
●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22절)
제자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아걸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굳게 닫힌 문을 뚫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한가운데 서십니다.
십자가 앞에서 도망쳤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람과 죄책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첫마디는 정죄가 아니라, 19절 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는 선포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는 이 말씀에 세 번이나 반복됩니다(19,21,26). 치열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진정한 평강은 내가 원한다고 노력해서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평강은 주님이 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험난한 내 삶의 현장 한가운데 능력으로 함께하시며, 그 권능의 손으로 나를 굳게 붙들고 도우신다는 사실을 온전히 신뢰할 때 비로소 누리게 됩니다.
평강을 선포하신 예수님은 특이한 행동을 하십니다. 제자들을 향해 숨을 길게 내쉬며 22절 “성령을 받으라”고 하십니다. 이 부분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흙의 먼지(원어로 ‘아파르’)로 사람의 형상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비로소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되게 하신 창조 사역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생명을 잃어버린 제자들은 성령으로 새롭게 창조하십니다. 마치 에스겔 37장에서 골짜기에 가득했던 마른 뼈들에 여호와의 생기가 들어가자 거대한 군대로 살아났던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내 지혜나 인간적인 힘으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성령의 능력을 힘입지 않고 내 힘으로 감당할 때, 우리는 원망과 불평,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 가득차게 됩니다. 반대로 성령의 능력으로 행할 때, 비록 겉보기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 영혼에는 기쁨과 감사, 그리고 벅찬 감격이 넘쳐나게 됩니다. 만약 주님의 일을 하면서 마음속에 기쁨 대신 불평이 피어오른다면, 그것은 곧 내가 성령으로 충만하지 못하다는 영적 신호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생명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성령 충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만 합니다.
●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28절)
주님이 찾아오셨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예수님의 못 자국과 창 자국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다시 찾아오사, 도마에게 친히 그 거룩한 상처를 보여주시며 27절 하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십니다.
십자가의 흔적을 통해 부활의 주님을 만난 도마는 가장 위대한 신앙 고백을 합니다. 28절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주님’으로는 부르지만,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이 고백은 태초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혼돈하고 어두웠던 세상을 새롭게 질서로 채우셨던 것처럼, 예수님이 바로 우리의 혼란스럽고 어두운 인생을 생명으로 새롭게 만드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심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도마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은 29절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예수님은 곧 승천하십니다. 그렇다면 다가올 시대의 성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온전히 신뢰하는 ‘보지 못하고 믿는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보지 않고 믿을 수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기적이나 신비로운 환상, 혹은 귀에 들리는 직접적인 음성을 보여달라고 간구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요한복음에 예수님이 행하신 그 수많은 표적 중 오직 이 내용들만 선별되어 기록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31절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눈에 보이는 표적이나 체험에 의존하는 신앙이 아니라, 영원히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를 발견하고 부활의 능력을 확신하는 신앙이 흔들리지 않는 가장 견고한 신앙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주님을 따르고 있습니까? 제자들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근심 때문에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두려움 가운데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부활하사 우리 가운데 임하신 생명의 주님을 온전히 바라봅시다.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위로하시는 주님의 따뜻한 음성에 귀를 기울입시다.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합시다. 기록된 생명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주님의 선하신 뜻을 삶 속에서 이루어가는 복된 삶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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